[스크랩] 오대산 옛길을 따라 색색으로 물든 단풍길을 사뿐히 즈려밞고 오다
월정사를 들러서 상원사로 향하는 길.
족히 8km나 되는 이 길은 오대산의 옛길이다.
굽이굽이 계천을 따라서 맘먹고 배낭하나 매고 걸어도 좋을, 그러다 발이 아프면 가끔 신발을 벗어들고 발가락을 꼽지락 거리며
걷다가 잠시 계곡의 차가운 물속에 담구고, 땀을 식혀도 좋을 멋스러운 길이다.
일요일 늦은시간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올라가는 오대산 옛길은 차마 그대로 차안에서만 앉아 있기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신발을 고쳐신고 계곡길로 내려섰다.
늘 그렇지만, 일요일 하루 시간내어 쫓기듯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쉬움이 한 두가지가 아닌지라,
시간을 여유롭게 두어 맘먹고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한창 단풍철이라 그런지 오색으로 물든 이곳엔 빽빽하게 들어선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금강송 등
활엽수와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월정사쪽에 있는 천년의 숲길인 전나무숲길은 이곳하고는 또다른 느낌이라, 사계절을 두고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작은 섬처럼 돌아서는 물길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오대산은 높이 1,563m 태백산맥 중심부에서 차령산맥이 서쪽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지점의 첫머리에 우뚝 솟아 있다.
주봉우리인 비로봉 외에 호령봉(虎嶺峰:1,531m)·상왕봉(上王峰:1,491m)·두로봉(頭老峰:1,422m)·동대산(東臺山:1,434m) 등
고봉이 많으며 크게 위의 다섯 봉우리 및 그 일대의 사찰들로 구성된 평창 오대산지구와 노인봉(老人峰:1,338m) 일대의 강릉
소금강지구로 나뉜다
이 단풍은 바로 비로봉에서부터 시작되어 계곡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유달리 계곡쪽으로 물들어 있는 단풍색이 곱다.
쉬었다 가는 이들의 맘이 모두 한마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섶다리
옛 선조들이 사용했던 길을 복원한 것으로 돌다리와 섶다리 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정겨움이 묻어나는 섶다리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건너보고 간다.
계곡을 따라 물든 단풍에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숲길안으로는 또다른 색색의 풍경이 펼쳐진다.
차만 타고 지나쳤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길이다.
뉘엿뉘엿 저무는 햇빛에 빛나는 단풍은 마치 꽃빛과도 같다.
색이 주는 마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음악이 만들어지고, 멋진 그림이 탄생하며, 짧은 구절에 응축된 싯구절이 나오나 보다.
단풍 드는 날-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사방이 물든 오대산의 단풍속에서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그래서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는 현실감도 망각을 한다.
여름내 시원함을 선사하던 계곡의 바람은
가을이 되어 이쁜 단풍들을 만들내어 우리를 다시 기쁘게 한다.
해가저버린 오대산옛길에서 발걸음 떼기가 아쉬워서 어둑해질때까지 서있는다.
내일도 쉬는 날이면 좋겠다 싶을 철딱서니 없는 생각마저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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