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아래/지리산
영남대로-작원잔도(벼랑끝의 좁은길)
기술김
2012. 8. 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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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삼랑진~양산시 원동 사이 천태산 벼랑에 뚫린 영남대로 상의 작원잔도 일부 구간이 확인됐다. 문화재급 옛길로 평가된다. 박창희 선임기자 |
확실한 옛날 잔도(棧道·벼랑에 낸 길)였다. 천태산 기슭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가까스로 길이 뚫려 있었다. 고개를 들자 낙동강의 풍광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경이로운 벼룻길이었다. 문헌과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영남대로(황산도) 상의 작원잔도(鵲院棧道) 원형 일부가 확인됐다. 문화재급 가치를 지닌 옛길로 평가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낙동강 자전거 도로 공사에 치여 상당 부분이 훼손될 처지다.
지난 23일 본지 '영남대로 탐사팀'은 정진화(79) 양산향토사연구회장과 주영택(74)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과 함께 경남 밀양시 삼랑진~양산시 원동 사이의 영남대로 옛길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작원잔도 일부를 확인했다. 확인된 지점은 삼랑진읍 검세리 경부선 작원관터널 바깥의 낙동강 벼랑. 잔존 구간은 길이 100여 m, 폭 1~2m이며, 자연지형을 이용해 석대를 세우고 석축을 쌓은 형태다. 사닥다리를 걸기 위해 파낸 바위면의 홈도 발견됐다.
정진화 회장은 "최근 원동면 중리마을에 사는 한 지인이 옛날 벼룻길이 있다 하여 배를 타고 들어가 잔도를 확인했다"면서 "그곳의 원뿔 형태 바위는 문헌에 나오는 원추암(員墜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밀양시 의뢰로 지난 2월부터 영남대로 지표조사를 벌여온 우리문화재연구원 이상현 연구원은 "매우 의미있는 영남대로 유적이라 당국에 보존을 요청한 상태"라며 "인근의 삼랑진 처자교 유적과 작원관을 연계해 복원하면 훌륭한 문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낙동강 자전거 도로 공사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밀양시 등에서 보존 요청을 해와 남은 잔도에서 다소 이격해 강바닥에 다릿발을 세우는 형태로 자전거 길을 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달 22일 제4회 자전거축전 전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잔도가 제대로 보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대 정징원(고고학과) 명예교수는 "확인된 잔도는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선조들의 벼룻길 조성 방법 및 석축 공법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면서 "문경 관갑천 잔도 사례처럼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